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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트컬렉팅/아트컬렉팅

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, 나의 첫 컬렉션, 장현주 작가의 작품.


지난 22일이 미국에 온 지 일년 째 되는 날이었다.
다시금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게 되는 오늘,
그리고 눈에 띄는 장현주 작가의 작품 한 점.
미국에 오기 두 달 전, 2020년 4월 작가님께
직접 구입했다.


나의 첫, 진정한(?) 컬렉션. 장현주 작가님의 작품. 그러고보니 제목을 모르네?



나는 지난 5년간, 미국에 오기 전 부터
아트포스터, 판화를 파는
일을 해왔었지만,


그럼에도 '판매목적'으로
구입한 것이 아닌,
오롯이 내 취향, 내 의사 하나로
구입했던 컬렉션이 있었나 싶으면,
없었던 것 같다.


나에게 '팔리는 작품', '검증된 작품' 이
구입의 기본이었음이 당연했고,
(지금 되돌아보면, '검증된 작품'이라는 건
진정 믿을 만한(?) 것이라 할 수 있는가?)
객관적인 자료 없이 오직 내 눈으로,
나름의 거금을 들여 구입한다는 것이.
그 당시엔 무서웠었다.


지난 20년 4월. 장현주작가님 작품 구입 후 찍은 사진.



장현주작가님을 처음
알게된 건 2019년 4월 1일.
2018년 겨울부터였나,
한국 우리 가게에 판화를
보러오신 모 가구점의 사장님이
갤러리 겸 가구점으로 함께
운영을 하고 싶다고 콜라보를 요청하셨고,
이를 계기로 여기저기 좋은 작가님들을
찾으러 다녔던 기억이있다.


그리고, 가구점 명성(?) 분위기에
맞아야 된다는 나름의 사명으로
거진 7년만에, 대학 1학년 때 수업을 들었던
한국화과 교수님께 무작정 찾아갔고,
선배님들 중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분들
몇 분을 소개 받았다.


그리고, 딱 한 분이 중대 출신은 아니었는데,
그 분이 바로 장현주 작가님이었고,
그렇게 작가님과의 인연은
시작되었다.


장현주작가님 작업실을 다녀온 후, 짧은 이야기를 나눈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.





물론 그 가구점과의 콜라보는 무산이 되었지만,
일 년이 지나도 그 때 작가님이 작업실에서
하셨던 말씀이, 작품이 켜켜히 쌓여있어
미처 완전히 펼쳐보지 못 하고
힐끔 쳐다봤던 그 작품이 오랜기간 계속
내 머리 속에 남아있었다.

사람들이 왜 풀만 그리냐고 물어요.
왜, 풀이든 꽃이든 그릴거면 새도,
나무도 같이 그리면 좋지않냐고요.
그런데 저는 온전한 저만의 시간이 필요했거든요.



누가 들어도 부러워할만한, 이화여자대학교
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, 장현주 작가님은
졸업 후 결혼, 출산, 육아를 거쳐 온전히 스스로에게
집중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.


그리고,
정신없이 살던 어느 날, 아이들도 이제
키울만큼 키웠고, 홀연 작업을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.


나는 왜 장현주작가님의 작업이
그토록이나 와닿았을까,
그리고 아직까지 내게 울림을 주고 있는 건
무슨 이유일까.
그 당시 나는 결혼도, 아이도 없었는데.


여하튼, 그러한 계기로 나는 작가님의 작품을
마음 속에 계속 간직하고 있다가,
처음 찾아뵌 지 딱 일년 되던 2020년 4월,
미국으로 떠나기 2개월 전,


다시 연락드리고 작업실에 찾아뵈었다.
그리고, 결국 마음에 드는 한 점을
집으로 데려왔다.




2019년 6월, 작가님의 전시소식을 듣고 몰래 기웃기웃되며 찍은 사진. 아트비트갤러리에서, <풍경, 가깝고도 먼> 전시.
2019년 6월, 작가님의 전시소식을 듣고 몰래 기웃기웃되며 찍은 사진. 아트비트갤러리에서, <풍경, 가깝고도 먼> 전시.
2020년 11월,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들린, 종로 갤러리담에서 열린 장현주작가님 전시 <씨앗>. 이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라, 더욱이 운치가 있었다.




"제 작업은 허무함이 쌓였다 잦아든 지난겨울.
땅 속의 씨앗 혹은 나뭇가지의 새순들과
꽃봉오리들이 감정을 꽁꽁 숨긴 채
단단한 얼음에 쌓여 있는 것은
아닐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."


장현주 작가는 수년간 말 못 하고 숨겨온, 쌓아온,
그래서 굳어진 감정들을 얼음이 해동되듯,
장지에 먹을 이용해 여러 번의 붓질과 지우기를 반복하며
과거의 기억을 녹여냈다.




미국집에 걸어둔 장현주 작가님 작업. 



미국집에 걸어둔 장현주 작가님 작품 한 점.
여러 감정과 기억들이 켜켜히 쌓여
시커매진 검은 배경 위로,
하얗게 피어오른 꽃 한 송이가
어찌나 강인해 보이던지.
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.

미국집에 걸어둔 장현주 작가님 작업. 켜켜히 쌓여 올라와진 검은 배경을 뚫고 하얗게 피어오른 꽃 한 송이.
작품 구입과 함께 주신 2020년 신년작품 한 점.
작가님 작업실에서 함께 찍은 추억사진. 재밌게도, 작가님과 나의 이름 초성이 같다! 실제로 우리집에 놀러온 친구가 작가님 사인을 보고 내 작품이냐며. 나는 작품을 하지 않(?) 못 한다며. ㅎ



나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는
나만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,
그리고, 그 작가를 알게된다는 것은
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.


그렇기에 나에게
가장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한
장현주 작가님의 작품.


미국에 온 지 일년차.
티스토리 블로그 첫 게시물로
올려본다. :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