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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트컬렉팅/아트컬렉팅

사멍, 사진 멍때리기(?), 김한준 사진작품의 매력은.

김한준, <monologue1>, 60cmX40cm, indigo digital print / 240g

 

 

김한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,

어느 모 프레임회사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었다.

 

 

일정한 간격과 높이로 찰랑이는 파도 사이로

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 이 돌맹이가

어찌나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지.

푸르른 바다보다, 이 검은 바다가

어찌나 내 눈을 사로잡던지.

 

 

늘상 반복되는 일상을 암시하듯,

파도는 하나의 패턴같아 보였고,

그 안의 검은 바위는 자신만의 신념을 

굳건히 지키고 있는 선비 같았다.

 

 

 

 

김한준, <monologue1>, 60cmX40cm, indigo digital print / 240g

 

 

그 후로 그의 홈페이지에 계속해서

기웃거리며 염탐하다 연락드렸고,

소장용이자 판매용으로 몇 번의 논의가 오간 뒤

monologue 시리즈 두 작품과, <Lazy botanist's table>

그리고, 라미나 프레임으로 제작된 <Dongbaek on Black stone>

을 받아볼 수 있었다.

 

 

김한준, <monologue1>, 60cmX40cm, indigo digital print / 240g
그의 <monologue2>의 작품은 잔잔히 파도치는 바다사이로 보일듯 말듯한 작은 섬이 보인다. 그리고 나는 저 섬은 무슨 섬일까, 계속해서 응시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.
김한준, <Dongbaek on black stone>,  25cmX18.75cm, lamina frame
선물로 함께 받아본 김한준작가의 또다른 라미나프레임 작품.
김한준,  <Lazy botanist’s table>, 103cmX75cm, indigo digiral print / 240g

 

 

 

 

 

누가 꺾인 꽃을 좋아하겠냐만은,

이상하게도 오히려 나는,

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빛을 향해 있는

꽃송이 보다도, 테이블 위 노란색 판에  반사돼

살포시 걸쳐 있는 저 노란 꽃의 모습이

더 굳건하고 아름다워 보였다.

 

꺾인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슬픔 보단,

그냥 이 두 송이는 등을 뒤로 젖혀(?)

나름의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.

 



 

 

 

우리 흔히 '불멍’(불을 보며 멍때리기)을

최고의 힐링의 순간이라고 하지 않는가.

나는 그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만큼은,

왠지 모르게 한동안 멍때리게 되는데,

이 잠깐의 순간이 왜이리도

편안해지는지.

 


그의 작품을 보면

작가에 대해선 잠시 잊고,

내가 먼저 멍하니 빠져들게 되는데,

그게 아마도, 김한준작가 사진만의

매력이 아닐까 싶다.

 

 

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천천히

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, 마음을, 그리고 작은 것에

귀기울일 수 있게 하는 힘이

있는 듯 하다.

 

 


 

김한준 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부 학사 졸업 후 브룩스사진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, 스튜디오 럭스 비쥬얼과 L 컴퍼니 퍼블리싱의 대표이자, 로파시엘 옴므 코리아의 포토 디렉터다. 동시에 그는 제주 애월읍에 카페 겸 작업공간인 '슬로보트 아뜰리에'을 운영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