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한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,
어느 모 프레임회사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었다.
일정한 간격과 높이로 찰랑이는 파도 사이로
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 이 돌맹이가
어찌나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지.
푸르른 바다보다, 이 검은 바다가
어찌나 내 눈을 사로잡던지.
늘상 반복되는 일상을 암시하듯,
파도는 하나의 패턴같아 보였고,
그 안의 검은 바위는 자신만의 신념을
굳건히 지키고 있는 선비 같았다.
그 후로 그의 홈페이지에 계속해서
기웃거리며 염탐하다 연락드렸고,
소장용이자 판매용으로 몇 번의 논의가 오간 뒤
monologue 시리즈 두 작품과, <Lazy botanist's table>
그리고, 라미나 프레임으로 제작된 <Dongbaek on Black stone>
을 받아볼 수 있었다.
누가 꺾인 꽃을 좋아하겠냐만은,
이상하게도 오히려 나는,
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빛을 향해 있는
꽃송이 보다도, 테이블 위 노란색 판에 반사돼
살포시 걸쳐 있는 저 노란 꽃의 모습이
더 굳건하고 아름다워 보였다.
꺾인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슬픔 보단,
그냥 이 두 송이는 등을 뒤로 젖혀(?)
나름의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.
우리 흔히 '불멍’(불을 보며 멍때리기)을
최고의 힐링의 순간이라고 하지 않는가.
나는 그의 작품들을 보는 순간 만큼은,
왠지 모르게 한동안 멍때리게 되는데,
이 잠깐의 순간이 왜이리도
편안해지는지.
그의 작품을 보면
작가에 대해선 잠시 잊고,
내가 먼저 멍하니 빠져들게 되는데,
그게 아마도, 김한준작가 사진만의
매력이 아닐까 싶다.
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천천히
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, 마음을, 그리고 작은 것에
귀기울일 수 있게 하는 힘이
있는 듯 하다.
김한준 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부 학사 졸업 후 브룩스사진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, 스튜디오 럭스 비쥬얼과 L 컴퍼니 퍼블리싱의 대표이자, 로파시엘 옴므 코리아의 포토 디렉터다. 동시에 그는 제주 애월읍에 카페 겸 작업공간인 '슬로보트 아뜰리에'을 운영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.
'아트컬렉팅 > 아트컬렉팅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나의 빛나는 소년이 되어줘! 아이같은 순수한 위로의 작품, 강석문작가의 <별소년, 2020> (0) | 2021.07.01 |
---|---|
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, 나의 첫 컬렉션, 장현주 작가의 작품. (0) | 2021.06.25 |